6. 용호비결의 폐기법은 의념주천
용호비결의 폐기법은 의념주천
용호비결은 조선 최고의 내단 수련서 또는 최고의 한국식 선도서로 알려져 있습니다. 명성이 너무나 자자하여 확고한 신념이 없으면 용호비결이 사이비 선도서라고 말하기가 어렵습니다. 심지어 위대한 도인에 대한 불경으로 죄스러운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필자도 수련초기에 용호비결을 읽어 본 첫인상은 간결하여 좋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필자가 기경팔맥을 개통하는 소주천을 완성하고 하단전에 생긴 영롱한 구슬을 직접 본 이후에는 "이환궁에 구슬이 생긴다"는 북창의 주장은 거짓말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리하여 처음 볼 때 좀 이상하다고 생각한 부분들을 세심히 살펴보니 용호비결의 헛점이 하나씩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무념무상의 정법수련을 경험한 필자에게 가장 큰 문제점으로 보이는 것은 사이비선도 수련법인 의념주천을 하는 폐기 부분입니다. 더구나 어처구니 없는 것은 총론의 폐기가 각론의 폐기와 전혀 다르다는 점입니다. 기본적인 선도이론도 갖추지 못하여 일관성도 없는 북창의 원본을 또 다른 사이비가 첨삭하면서 뒤죽박죽이 된 것이 아닐까 생각 될 정도입니다.
총론
"이제 폐기를 하고자 하는 사람은 먼저 마음을 고요히 하고 다리를 포개어 단정히 앉아서 눈썹을 발처럼 드리워 내려다보되 눈은 콧등을 대하고 코는 배꼽 언저리를 대하며, 이때 등뼈는 수레바퀴 모양으로 둥글게 하라.
(1) 들이쉬는 숨은 면면히 끊어지지 않게 하고 내쉬는 숨은 조금씩 미미하게 하여 항상 신과 기로 하여금 배꼽 아래 한 치 세 푼의 자리에 있는 단전에 서로 머물게 하라.
(2) 숨을 꾹 참고 기를 내보내지 않을 필요는 없다. 참을 수 없을 정도에 이르러 다만 의식적으로 기를 아래로 보내되 대략 소변을 볼 때와 같이 하면 된다"
위와 같이 용호비결은 총론에서 수련자세와 하수처, 눈(관법)과 호흡법 등 선도수련에서 중요시 하는 4가지 요소를 전부 간명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올바르지는 않지만 폐기법은 물론이고, 선도 수련법의 전체를 형식적으로는 모두 갖춘 것입니다.
선도수련은 정공과 동공으로 나누고 정공은 호흡수련이라고도 합니다. 호흡법은 폐기법(축기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데, 사이비들이 자랑하는 북창의 폐기법에 나오는 호흡법은 총론에 (1)"들이쉬는 숨은 면면히 끊어지지 않게 하고 내쉬는 숨은 조금씩 미미하게" 하라고 되어 있어 있습니다. 문제 될 것 없는 호흡법입니다.
그런데 사이비들은 무작정 호흡의 길이를 늘이는 수련에 치중을 합니다. 그 이유는 (2)"숨을 꾹 참고 기를 내보내지 않을 필요는 없다. 참을 수 없을 정도에 이르러 다만 의식적으로 기를 아래로 보내되 대략 소변" 을 따르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정법수련의 관점에서 보면 (1)은 축기법(호흡법)이고 (2)는 운기법입니다. 그러나 사이비들은 운기법에 나오는 것을 호흡법으로 알고 "숨을 꾹 참고, 참을 수 없을 정도로" 호흡의 길이를 늘리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처럼 총론에서 호흡법과 운기법을 함께 기술한 북창의 의도는 무엇일까요?
각론 (폐기閉氣)
"폐기라는 것은 눈을 깃발로 삼아 기의 오르내림과 전후좌우를 뜻하는 바대로 하지 않음이 없다. 기를 오르게 하려면 위를 보고 기를 내려가게 하려면 아래를 본다. 오른쪽 눈을 감고 왼쪽 눈을 뜬 채 위를 보면 좌측의 기가 돌아서 올라오고 왼쪽 눈을 감고 오른쪽 눈을 뜬 채 위를 보면 우측 기가 돌아서 올라온다."
북창의 생각은 각론에 "폐기라는 것은 눈을 깃발로 삼은" 또 다른 폐기법의 설명이 있어서 그 진의를 추측할 수 있게 됩니다. 북창은 폐기(기운을 모으는 것)와 운기(기운을 움직이는 것)를 구별할 수 있는 개념이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총론은 폐기를 위한 준비 과정일 뿐이고, 각론의 눈을 이용한 의념주천이 본격적인 폐기법이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즉, 임독맥 주천이 폐기법이거나, 폐기를 위한 필수 조건이니까 처음부터 의념주천을 하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북창의 제자들이 용호비결 최고의 비전인 임독맥 의념주천을 하는 폐기법을 따르지 않고, 중국의 사이비 선도인 성명규지의 오행연기법을 한다는 것은 스승에 대한 배신이고 모욕입니다.
추측을 하자면, 연정원의 권태훈도 의념주천하는 용호비결의 폐기법이 너무 이상하니까 따르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면서도 용호비결이 최고의 수련서라고 떠들고 있으니 지나가는 소가 웃을 일입니다. 그러나 북창의 폐기법인 의념주천이 누가 보아도 이상하기는 하지만, 그 대신하는 오행연기법은 인체에 없는 경로로 의념주천을 하기 때문에 더 기괴한 짓입니다.
선도수련에서 생각으로 기운을 움직이는 것을 의념주천이라고 합니다. 용호비결의 폐기법은 "눈이 가는 곳에 마음이 가고 마음이 가는 곳에 기가 간다"는 선도수련의 원리를 적용한 것이며 사법이지만 의념주천으로는 나무랄 데 없는 것입니다.
의념주천은 수련자가 약간의 상상력을 발휘하면 실제로 주천이 이루어지는 듯한 느낌이 생겨 큰 성취감을 주고 건강에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옛날부터 수많은 사이비들은 다양한 방식의 의념주천(수련)을 개발하였고, 지금도 국내외의 규모가 큰 단체들은 전부 이런저런 의념수련을 합니다.
결과적으로 북창의 폐기법인 임독맥으로 의념주천을 하는 단체들은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그를 배신하고 중국의 사이비 선도인 성명규지의 오행연기법을 도용하고, 무작정 호흡의 길이만 늘리는 데 골몰한 단체들은 존망의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그 이유는 열심히 수련한 사람들에게 성과는 없고 부작용이 많이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참고
1. 일정기간 의념주천을 한 사람은 습관이 되어 시선(눈)의 촛점과 의식(의념)을 하단전에 집중(고정)하는 정법수련을 하기 어렵습니다.
2. 시선과 의식을 단전에 집중하지 않으면 축기가 되지 않고, 축기 없이는 기경팔맥을 개통하는 정법 소주천을 하지 못합니다. 따라서 의념주천을 해야 나중에 소주천을 잘 할 수 있다는 말은 거짓말입니다.
3. 심장이 움직이면 핏줄로 피가 순환되는 것처럼 축기가 충분하면 수련할 때 기경팔맥으로 진기가 저절로 순환(소주천)이 됩니다. 따라서 미리 주천 연습을 해야 나중에 소주천이 잘 된다는 말을 거짓말입니다.
4. 의념주천을 하면 축기가 되지 않기 때문에 선천기를 순환시키려고 (태식을 한다는 명목으로) 아랫배를 올챙이처럼 내밀면서 복압력이 생기는 강호흡을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강호흡을 하는 사람들은 축기 없이 선천기를 소모시키기 때문에 수명이 줄어들어 장수하지 못합니다.